"포로기의 이스라엘, 오늘의 교회"

왕정이 시작된 이후로 이스라엘은 사울, 다윗, 솔로몬에 이르는 초기 위대한 왕들의 통치기를 거처가며 전에 없던 왕국의 황금기를 이루었습니다. 어느 누구도 다윗 왕조가 무너지리라 생각하지 않았을 것입니다. 하지만 역사가 증명하듯 계속되는 자기 개혁의 실패는 결국 그 나라를 폐망으로 몰고 갈 수 밖에 없습니다. 솔로몬 왕대에 북 왕국 이스라엘과 남 왕국 유다로 분열을 겪었는가 하면 두 왕국은 각각 아시리아와 바벨론 제국의 칼에 철저히 무너져 내리고 맙니다. 

유다 왕국을 무너트린 바벨론 제국은 잔존 세력의 규합을 억제하기 위해 귀족을 비롯한 유력 인사들을 모두 포로로 송환해서 바벨론 제국의 여러 지역에 산개해 살아가게 했습니다. 이스라엘(유다)의 포로기 혹은 유배기가 시작된 것입니다. 유배기에 들어간 유다 왕국의 후예들은 어떻게든 절망에서 벗어나와 그들에게 주어진 신앙적이고, 신학적인 문제를 풀어야만 했습니다. 하나님의 약속의 보호 아래 있던 예루살렘성과, 성전 그리고 다윗 왕조가 어떻게 이토록 허망하게 무너질 수 있었는지에 대한 답변을 해주어야 했던 것입니다.  

선지자들과 성경 교사들은 그들의 죄악과 여전하신 하나님의 신실하심을 다시 주목했습니다. 결국 그들은 우상숭배가 만연한 세속 사회 한 가운데 살아가지만, 세상의 문화와 종교의 일부로 예속되기를 거부하고 유일신 하나님과 그의 율법을 지키며 살아가는 일종의 "대항문화적 공동체"로서의 삶을 꾸려나갈 수 있었습니다. 오늘의 신학자들은 이러한 유배기 이스라엘의 삶이 현대 교회의 삶과 유사하다고 말합니다. 세속 사회 한 가운데 살아가지만, 복음의 능력을 품고 하나님 나라의 백성으로 살아가는 신앙 공동체로서 말입니다. 

세상으로부터 교회라는 울타리 안으로 함께 모여 복음의 의미와 우리의 신앙을 늘 점검하고 예배의 은혜를 누리지만, 동시에 우리는 그 울타리 너머로 넘나들며 세상을 향해 유일한 생명의 대안을 전하는 "대항문화 공동체"로 살아갑니다. 성도 개인의 삶은 약하고 미약하기 그지 없지만, 성도의 영혼 깊숙이 세워진 주님의 성전과 복음은 우주의 끝까지 이르는 하나님의 능력입니다. 지난 목회단상에서 나누었던 세상을 위한 성도의 재능기부도 바로 그 한 예라 할 것입니다. 절대 초라하지 않습니다. 우리의 삶의 자리가 선교의 자리이고 사명의 자리입니다.